1313: 깊고푸른 신새벽에
2013.06.04 04:55
동해 쏠비치의 새벽-내 i-phone으로
영혼일기 1313: 깊고푸른 신새벽에
2013.06.04(화)
시방 새벽
습정투한 習靜偸閑 고요함을 익히고 한가로움을 훔쳐라
고요하고 한가로운 새벽을 훔치고 있다.
깊고푸르다
무논의 발정 난 개구리 떼처럼
두서없이 와글와글
다투어 소음을 창출해 내며 으스대던
총회꾼들의 초상이 물에 어린다
허리를 곧추세우며 목에 힘주고
그 시시비비를 가리던 열정이
명분과 대의를 좇는 일이었다 자평해 보지만
그것이
발총유자發塚儒者
무덤을 파면서도 명분을 내세운 격이 아니었을까?
내관의 불알 잡고 늘어지듯
다다를 수 없는 공의를 헛 다툰
고려삼일공사高麗三日公事 고작 사흘도 못 가는 나라 일이 아니었을까?
고려高麗의 정령政令이 원칙없이 이랬다 저랬다 하여 사흘을 못 가듯
한 해를 넘지기 못하고
뒤집어엎고, 되치기를 해댄 공사空事를 일삼았던 게 아니었던가?
밥 먹고 합시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임을 확증하듯
그 외마디 호소에 다들 즉각 손 놓고
발에 먼지까지 털어 버리고
각기 제 갈 길을 나서던
원초적 본능에 보다 더 우선한 것이 없음을
확실하게 보여 준
우린
본질상 흙으로 지음 받은 피조물
공사公事였는지, 공사空事였는지
분간할 길은 아직 없으나
그 공사에 진을 뺀 탓에 심신이 무너져 내렸다.
지난 초저녁부터
나는
그 노독에 지쳐 잠들었던가 보다
동해東海 쏠비치의 새벽은
깊고푸르다.
깊어서 푸르고 / 푸르니 깊다
텅비어서 깊고 / 고요해서 푸르다
깊어서 푸르고 / 텅비어서 고요하다
허정무위 虛靜無爲 텅 비어 고요하고 담박하게 무위하라
텅비고 담박하게
아무 것도 하지 않은 듯 아무 것을 즐기는
이 고요를
신新 새벽은
값없이
나에게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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