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5: 하나님의 기습
2013.09.07 09:29
영혼이기 1415 : 하나님의 기습
2013.09.07(토)
하나님의 기습
하나님이 기습했다.
하늘 당신이 여기 지하 생활자의 수기(手記)
그 불청객이 됐다
바쁜 당신이 왜 하필 나를 찾았냐고
날 이렇게 비참하게 해도 되냐고
나를 털어서 뭘 더 얻겠다고
본디 당신은 잔인하냐고
벗을 수치 하나 없는 나를
더 발가벗겨서
백주 대로에 내 세우는 속셈이 뭐냐고
당신의 속성이
그렇게 뒷간의 오물처럼 구리고
장마철 내걸린 빨래처럼 비리냐고
나는
나에게 들킨 당신을
문밖에 세워 둔 채
검지를 하늘로 불같이 치켜 세운다
지금까지 뭐 했냐고?
아니, 당신이 나에게 감히 그런 시비를 걸어 올 수 있나?
나는 윗저고리를 벗어 내 던지며
천지사방을 펄펄 턴다
결코 내 고개를 숙일 수 없는 당신
적어도 내가 주눅 들 수 없는 당신
내게만 없던 당신의 관용
나하고만 뒷거래 없던 당신의 사바사바
내게만 에누리 없던 당신의 공의
내가 용서할 수 없는
내부고발자
당신
오늘
내 옥창(獄窓)을 기웃거리는
전지(全知)하시다는
거룩한 당신의 품위 없는
막장 기습
왜 또 염탐하시려 드는지?
털어 봤자, 폭로해 봤자
그 아들의 피로 주고 산
당신의 교회가
외려 당신을 부끄럽게 할
하여 당신만 부끄러울
더군다나
전제 군주처럼 자신만 품는
당신을
기습 폭로하고 싶은
나를.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45 | 1376: 기다리는 마음 | 김성찬 | 2013.08.02 | 6 |
144 | 972: 말의 귀환, 말씀대로(주일설교) | 김성찬 | 2012.04.15 | 7 |
143 | 1131: 사랑의 건축학 원론 3 | 김성찬 | 2012.11.23 | 8 |
142 | 1427: 느그 집 | 김성찬 | 2013.09.18 | 8 |
141 | 1235: 보푸라기처럼 이는 | 김성찬 | 2013.03.26 | 9 |
140 | 1007: 아내가 없다 | 김성찬 | 2012.05.22 | 11 |
139 | 1234: 몸의 몸 | 김성찬 | 2013.03.24 | 11 |
138 | 1120: 달빛처럼 아프다 | 김성찬 | 2012.11.12 | 12 |
137 | 1221: 詩/통합진료실에서 | 김성찬 | 2013.03.13 | 13 |
136 | 1231: 환지통(幻肢痛) | 김성찬 | 2013.03.21 | 13 |
135 | 1377: 살에서 살로 | 김성찬 | 2013.08.03 | 14 |
134 | 1451: 허, 두피 면역 약화 | 김성찬 | 2013.10.12 | 14 |
133 | 1229: 詩/오래 된 미래 | 김성찬 | 2013.03.20 | 15 |
132 | 1414 : 몸 된 몸의 | 김성찬 | 2013.09.06 | 15 |
131 | 1220: 詩/사람들은 | 김성찬 | 2013.03.13 | 16 |
130 | 1225: 詩/ 실락원 25시 | 김성찬 | 2013.03.18 | 16 |
129 | 1230: 詩/반편이 | 김성찬 | 2013.03.20 | 16 |
128 | 1448: 이름표를 붙여 내 가슴에, | 김성찬 | 2013.10.09 | 16 |
127 | 1228: 詩/양지를 그리며 | 김성찬 | 2013.03.20 | 25 |
126 | 690: 詩, 겉으로 | 김성찬 | 2011.03.29 | 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