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3: 과거형이 없는 부활
2019.03.19 07:32
주일 아침 용기를 얻는다.
지옥의 밑바닥을 예약해 두었던,
배신자-시몬 베드로가
작당하여 동료 6명이나 데리고, 부활하신 주님을 좇지 않고, 입에 풀칠하는 일을 찾아 나서서 디베랴 호수에 허망한 그물질을 하고 있었을 때에,
부활하신 주님께서 그 앞에 나타나셨다.
떡과 생선으로 허기진 그네들의 배를 채워주신 예수께서, 탈선자 베드로에게 물으신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그런데 시몬 베드로가 총알(시몬의 어의) 같이 대답한다.
내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 아시나이다.
참 뻔뻔하다, 는 느낌이 팍 든다.
어떻게, 주님을 배반하고, 피해 달아난 자가 자신이 주님을 사랑하는 제자인 줄 당신이 잘 알고 있지 않냐고 반문하듯, 당당하게 대꾸할 수 있었을까?
기이하다. 시몬 베드로의 속내가.
적어도, 양심 있는 사람이라면, 내가 주님을 사랑한다고 대답할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이 간악한 나를 지금도 사랑하고 계신 줄 믿습니다, 라고 대답했어야 옳은 게 아닌가?
이런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대화를 꼼꼼히 기록한 이가 사도 요한이다.
요한 사도의 눈에는, 비록 베드로가 일시적인 공포와 허기 때문에, 그 사랑을 배반한 배신자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드로는 주님을 사랑하는 자임에 틀림 없어 보였기에, 이런 대화를 놓치지 않았던 게 아니었을까?
내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 아시나이다 라고 고백한 시몬 베드로의 심정은, 내가 비록 주님을 세 번이나 부인한 용서 받을 수 없는 죄인이었지만, 그 죄를 기억조차 아니 하시고, 사랑으로 부활해 오신 주님을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내건 사랑을, <앞으로> 나타내 보이겠다는 결단이 아니었을까?
하여, 이 본문은
내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 <앞으로> 반드시 알게 되실 것입니다 라는 결단으로 읽어야 하지 않을까?
네 과거의
행적을 묻지 아니하리니
대답하되 주여 없나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노니 가서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 하시니라(요8:11)
사랑의 주, 부활하신 예수 안에는
과거형이 없다.
내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 <지금은> 아시나이다.
믿어주시어, 주님의 양떼를 먹이고, 치라 하셨으매,
<앞으로> 내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십자가를 거꾸로 지어 확증해 보이겠나이다.
내일에 서서 오늘 당당한
반석-베드로의
영원한 현재(형)이신 주님이 아는 자신의 주님 사랑을 본다.
나도 감히 이 아침에 고백한다.
당당하게—
내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 잘 알고 계시나이다.
이루(게) (하)소서!!
아멘아멘~
2019.03.17(주일) 아침에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5469 | 225: 조슈아 로렌스 체임벌린 [1] | 김성찬 | 2009.02.25 | 282461 |
5468 | 2018 터키 12. 안탈랴(Antalya) 올림푸스/시 | 관리자 | 2018.04.13 | 88977 |
5467 | 8: ‘아니오(no)’를 ‘예(yes)’하는 것에 대하여 [2] | 김성찬 | 2008.07.02 | 37245 |
5466 | 928: 낯선 출정식에서 | 김성찬 | 2012.02.10 | 22305 |
5465 | 816: 역사5 격려사/순교자 고 문준경 전도사 추모예식 | 김성찬 | 2011.10.05 | 9960 |
5464 | 1528: 사람을 잃어버린 슬픔에 대한 집요한 추적 | 김성찬 | 2014.08.08 | 4987 |
5463 | 1534: 오늘은 승리한 날, 적어도 절반은—. | 김성찬 | 2014.08.14 | 4798 |
5462 | 1535: 이기심을 주소서! | 김성찬 | 2014.08.15 | 4788 |
5461 | 1555: 애도(哀悼). 하늘아이들이 보내 온 | 김성찬 | 2014.09.11 | 4347 |
5460 | 1556: 화로다 나여, 망하게 되었도다! | 김성찬 | 2014.09.12 | 4279 |
5459 | 529: 전복(全鰒) [14] | 김성찬 | 2010.03.22 | 4211 |
5458 | 1602: 정말 기도해야 할 때? | 김성찬 | 2014.10.22 | 4106 |
5457 | 1572: 예본 | 김성찬 | 2014.09.28 | 3807 |
5456 | 249: 순적(順適)히 [4] | 김성찬 | 2009.03.26 | 3693 |
5455 | 1577: 그녀의 神바람 | 김성찬 | 2014.10.01 | 3614 |
5454 | 1575: 오, 당신, 예수를 주소서! | 김성찬 | 2014.09.30 | 3545 |
5453 | 1584: 나는 아직 멀었다 | 김성찬 | 2014.10.06 | 3516 |
5452 | 1607: 험한 인생 계곡을 나는, 우리네 우정(友情)에 대하여 | 김성찬 | 2014.10.27 | 3490 |
5451 | 1583: 톱니 | 김성찬 | 2014.10.06 | 3454 |
5450 | 548: A good reputation and respect | 김성찬 | 2010.04.06 | 34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