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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이승우 어머니야말로 나의 교회입니다

2008.07.26 08:07

관리자 조회 수:2373 추천:165

서평1     어머니야말로 나의 교회입니다  / 이승우

            

        - 어머니의 마지막 백일을 기록한 아들의 참회록 -


  이 책은 삶에 대한 성찰에 민감한 한 사색가의 사모곡(思母曲)이다. 어머니에 대한 어쩔 수 없는 죄책감이 나오지만 그러나 탄식은 아니다. 질곡의 역사를 건너온 한 사연 많은 여인의 희생과 헌신의 삶이 그려져 있지만 그러나 흔한 회고록은 더더욱 아니다. 목사인 아들은 어머니의 마지막 백일을 함께 하며 이 글을 썼다.


  절절함이 배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죽음을 앞둔 자신의 어머니에 대해 말하고 있지 않은가. 어머니 앞에서 떳떳한 아들이 어디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루적 감정에 대책없이 빠져들지 않고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각성을 이끌어내는 것은 삶과 세계에 대한 지은이의 남다른 사색 때문이다. 죽음을 앞둔 어머니를 간호하면서 써내려간 이 기록이 절망과 회한이 아니라 역설적으로 삶에 대한 의욕과 희망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 책은 호소하고 교훈한다. 감동하게 하고 또 깨닫게 한다. 이 호소와 교훈은 경험에서 나온 것이므로 진실하다.


  모든 사라진 어머니들은 자식들을 울게 한다. 병들어 누워 있거나 세상을 버린 어머니 앞에서 죄인 아닌 아들이나 딸이 있을까. 그런 어머니 앞에서 당당할 아들, 떳떳할 딸이 있을까. 묻어 두었던 기억들이 판관이 되고 심문관이 되어 우리를 다그치고, 그 앞에서 우리는 저항할 수 없다. 불효자 아닌 아들 딸이 있을까. 불효자임을 고백하지 않는 효자가 있을까. 모든 효자는 불효자인 법. 적어도 각성의 차원에서는 그러한 법. 이 책의 저자인 김성찬도 예외일 수 없다. 병상에 누운 어머니의 마지막 백일을 기록한 이 책이 아들의 참회록이 될 수밖에 없는 사유다.


  그러나 지은이는 목사. 목사는 삶 이후의 세계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는 자이고, 그럼으로써 삶과 죽음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자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근접했을 때 사유가 빛나고 영혼이 청명하다. 그는 죽음을 통해 삶을 본다. 그러나 그가 보는 생은 저 생이 아니라 이 생이다. 다른 세상에서의 새로운 삶의 전개가 아니라 이 세상에서의 삶의 유지에 각별한 의지를 내보인다. 그 의지는 호스피스에 대한 남다른 관심의 촉발로 나타난다. 여기가 이 책의 가장 빛나는 대목이며, 이 책이 이런 종류의 다른 책들과 구별되는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호소하고, 호소할뿐만 아니라 교훈한다는 문장은 그런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책의 감동은 두 갈래의 길을 타고 우리에게 온다. 하나는 아들이 회고하는 어머니의 남다르게 너그럽고 올곧고 헌신적인 삶이고, 다른 하나는 그런 어머니를 회고하는 아들의 기억이다.

  일견 사소하게 보이는 일상들 속에서 나름의 빛과 음을 구별해내어 감동의 무늬를 만들어내는 지은이의 남다른 감수성은 주목할만하다. 가령 생에 처음으로 이젠 좀 쉬고싶다, 고 말하는 노모의 음성에서 강철같던 모성의 침몰 사실을 직감하고 엑셀러레이터를 확 밟는 장면이나 주일마다 어머니가 오갔던 전철을 똑같이 세 개의 노선을 바꿔타며 걸어보고 비아 돌로로사라고 고백하는 대목에서 독자는 가슴이 저리는 감동의 파고를 피할 수 없다. 어머니 몫을 남기지 않고 먹어치웠던 찐빵에 대한 회고는 목이 매인다. 어머니 역시 우리처럼 배고픔과 아픔을 아는 똑같은 인간이라는 사실을 깨닫지만, 이미 어머니는 이 땅에 없다.


  역설적이지만 어쩌면 지은이는 행복한 아들인지 모른다. 이 한 권의 호소와 교훈이 그 어머니의 삶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어머니야말로 나의 교회입니다, 하고 목사인 지은이는 고백한다. 이런 놀라운 고백을, 더구나 목사로부터 이끌어 낼 수 있는 어머니가 에사 어머니겠는가. 책의 감동은 그런 어머니, 교회라고 고백할 수 있는 어머니, 그런 고백을 들어 부끄럽지 않은 위대한 모성의 어머니를 가진 아들이 나는 부럽다.    


  이 책은 가족을 생각하게 하고, 좋은 죽음을 사색하게 하고, 그리하여 아름다운 삶을 결단하게 한다. 삶을 잘 마감하기 위해서 잘 살아야 한다는 것. 나는 한권의 책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것으로 이것보다 중요한 다른 그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승우 / <생의 이면>으로 제1회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조선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있으며 <사람들은 자기 집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른다> <내 영혼의 지도> <에리직톤의 초상> 등 다수의 책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