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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향 - 그 한여름 가을

2008.08.04 11:09

김성찬 조회 수:4349 추천:164

철 따라 만물은 흔들리며 떨어지고

나이따라 얼굴 빛도 절로 변하여 쇠락한다

나무에 단풍 드는 날

사람도 백발이 되어가는 때이다

고향 가는 길은 아득하고

친구들은 곳곳에서 떠나간다

오직 가련한 것은, 병들고 늙는 것이

한 걸음도 서로 떨어지지 않은 채 찾아오는 것이다.

 

'길을 걷다가 가을을 느껴'

백거이(당나라 시인 772-846)

 

이 시를 읽다가

고향 가는 길은 아득하고, 라는 구절에 눈길이 머뭅니다.

 

노약하여 병들고, 생활에 속박당해 가고픈 고향도 점점 더 멀어져가는 그 아득한 절망.

그 애절한 절망이 명을 재촉합니다.

 

우리 어머니가 생각났습니다.

그리도 가고픈 고향엘 한번 못가시고,

끝내 본향으로 향하셨습니다. 

 

이 계절만 되면,

난 그 망향가에 은은한 몸살을 앓습니다.

 

해도 난 선뜻 나서지 못합니다.

속박당하고 있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

 

무섭습니다.

한 여름에 느끼는 이 가을이.

 

망향 望鄕 - 그 한 여름 가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