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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83: 행복하여라, 나여!

2020.10.20 11:00

관리자 조회 수:11

그간 사용했던 큰 강대상을 해체하여 버리는 수고를 자청한 후배들이, 또 교횔 찾아왔다. 요청도 하지 않았는데 제 발로 걸어 들어와, 눈 깜짝할 사이 처지 곤란했던 내 숙제를 해결해주고, 잘 못 버리면 성물이 괴이한 용도로 사용될 수도 있다며, 완전 분해 후에 그 폐기물을 차에 싣고 흔연히 떠났다.
참 이해하기 어려운 대접을 나는 받고 있다.
제 머리털로 내 신발을 삼아줘도(결초보은), 부족할 어느 인간은, 터무니 없는 온오프라인 음해 공작을 일삼는, 바로 옆에서 그 자를 지켜 본, 제3자의 표현대로 내 등에 무고한 칼을 꽂는 악질적인 만행을 서슴지 않고 있다. 영육간에 받은 은혜가 너무 크기에 그 은혜의 크기 이상 되는 배신을 때려야 그 은혜를 덮을 수 있을 거라는 어리석은 마음으로. 가련타. 소시오패스다. 제 호주머니(기승전 돈)를 채우기 위해, 제 손에 밴 도벽과 공금 집어 먹으려 드는 간교한 제 계략을, 청빈한 이에게 투사하는, 그 은혜를 원수로 갚는 짐승.
그런데 정작 베풀어 준 것 거의 없는 후배들이 나에게 분에 넘치는 은혜를 베풀고 있다.
그네들이 남기고 간 말 중,
“성물을 잘 못 버리면......”
이라는 한 토막이 아직 마음에 남아 있다.
성찬 예식에 쓰고 남은 떡과 포도주를 목사가 다 먹고, 마시거나, 땅에 잘 묻고, 쏟으라는 조언을 선배 신앙인들에게 들어 왔다. 하여, 나는 성만찬 이후 그 남은 성물을 그 조언대로 처리해 오고 있다.
주위를 둘러보니,
함부로 버려서는 안 될 존재들이 눈에 든다.
나를 위해, 주의 교회를 위해 변함 없이, 꾸준하게 에프터 서비스까지 예고하며, 물심양면으로 자원하여 도운 이들의 고운 마음들. 그 마음들이 나의 성물들이다. 함부로 대하거나, 버려서는 절대로 안 되는 성물들이다.
그래, 사람이 성물이다.
짐승 같은 인간들이 허다하지만,
오늘 나를 찾아 온 그들은 사람이다. 사람다운 사람, 성물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간에도,
우리 교회에 들려 미진하다고 여긴 뒷 수습을 하고 이제 막 떠난다는 소식을, 아내가 전해줬다.
행복하여라.
나여!!
2020.10.06(화) 오후 9:26분이 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