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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14: 서평-김재승, 박성준

2020.05.10 08:55

관리자 조회 수:21

예배당이다.
스피커에서 찬송이 울려난다.
테너 김의배가 숨넘어가듯, 애절하게 토해내고 있다.
<고생과 수고가 지난 후>다.

마침 밀린 숙제하듯,
그동안 친지들이 보내 준 두 권의 책을 손에 쥐었다.

박성준 시인의 시집 <<자연스럽게, 시가 되어>,
아들 김재승 목사가 발행한 <<金基祥 장로의 비망록(일기)>>다.

1.
다섯 번째 시집을 발간한 박성준 시인의 시집
마지막 페이지에 수록된 시의 제목이
<마지막이라면>이다.

박 시인이 암(癌) 투병을 하고 있다는 말이 아련히 들려 온 적이 있었다. 최근의 근황은 묻지 않는 게 예의일 듯싶어 묻지 않았기에 알지 못한다. 허나, 적어도 그가 투병 중에 끼적였을 몸말들 중에서 그가 의도적으로 맨 마지막에 자리해 놓은, 詩 <마지막이라면>이, 날마다 새로운 구원을 희구하는 그의 신앙 고백임을 부인할 수 없다.

내게 주어진 생명의 끝이라면 / 공부도 끝나고 / 하던 일들도 끝나고 / 사명도 끝난 후 / 공허와 슬픔과 허전함만 남아

있다 토로하지만,
가느다란 소망 하나, 주님을 만나는 축복을 희구하고 있다.

숯불에 남아 사그라지며 / 아련히 꺼져가는 불꽃에 / 마지막 남은 온기가 사라지듯 / 그 모든 것들이 끝이려니 / 가느다란 소망 하나 있다면 / 주님을 만나는 축복이리라

박 시인은 솔로몬의 허사가를 넘어서서, 문학적 상상력으로 종말론적 완성을 희구하고 있는 참 구도자임에 틀림이 없다.

영광일세 영광일세 / 내가 누릴 영광일세 / 은혜로 주 얼굴 뵈옵나니 /지극한 영광 내 영광일세

반복 되는 끝, 아니 끝없는 반복인 후렴이다.

후렴처럼,
박 시인은 끝에서 끝없는 시작인 후렴을 오늘도 반복해 복기하고 있다.
肉筆로

2.
<<金基祥 장로의 비망록(일기)>>

故 金基祥 장로님께서는 신산스러운 민족 역사를 철필로 꿋꿋하게 관통해 오셨다. 일제 강제 징병, 인공 때는 좌익 세력들의 살해 위협 등 생사를 오가는 고난을 겪으셨다. 그 역경 중에서 예수를 만나신 후, 민중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성인 교육사로 섬 주민들을 돌보는 선각자로 사셨다. 더 나아가 죽음을 이기는 권능,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 고백에 굳게 선 평신도 리더(장로)로 만인 구원을 위해 지사충성하셨다.

후기에서 셋째 아들 김재승 목사는 “아버님은 11살 때부터 작고(90세) 하시기 전까지 80여 년 동안 일기를 쓰셨다.”라는 문장으로 첫 머리를 장식했다.

이 책은 편년체(編年體)로 정리된 비망록이다. 일기문 형식을 띤 기억록이다. 작금, 시쳇말로 적자생존이라는 말이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적어야 산다는 말이다. 물론 고(故) 김 장로님의 인생 승리의 원동력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이었다. 그러나 그분이 험한 세상을 헤쳐 나갈 수 있었던 삶의 의지, 그 날마다의 근력은 이 적자생존에 있지 않았을까? 적어야 사는, 아니 보다 잘 살기 위해 자신의 족적을 80여 년 간 입력해 낸 백지(白紙)에, 그 의지가 서려 있지 않았을까?

1936년도 일기
7/16 수 구름 후 비, 오늘은 나의 학술시험 100점 맞은 날이다.

이는 비망록 첫 페이지, 첫 줄이다. 고인은 1923년 생(生)이시다. 1936년이면, 고인께서 열네 살 때 쓴 일기다. 학술 시험 만점을 맞았다는 이 기록된 기억이 고인께서 <2009년 8/24 월 N.H.K 전명규 기자(여의도) 내 일기장 송품 후 전화>로 끝을 맺은 일생 일기를 쓸 수 있는 자긍심을 선사했으리라 생각한다.

비망록으로 행복했던 신앙인,
故 金基祥 장로님은 오늘 다시 역사로 부활하셨다.

아버님이 지니셨던 ‘학술 시험 100점 만점의 자긍심’을 가문의 영예와 삶의 무기를 삼고자, 자녀들이 그 역사 복원에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자긍심 복원 작업은 결코 쉽지 않았다. 왜냐하면, 반(半) 공개적으로 써 내려가신 일기였기 때문이다. 감추며 드러내는 기법으로, 본인만이 판독할 수 있는 서체로 당신의 심비에 새기듯, 휘날리셨기 때문이다.

“아버님이 걸어오신 광야 90년, 80여 년 동안 써 온 일기를 단 한 편의 책으로 담기엔 분량이 너무 많고, 더구나 일본어, 한문, 한글로 뒤섞여 있는데다 필체도 본인만이 알 수 있는 것들이 많아 번역에 난관이 많았다.

번역을 위해 서울 인사동과 탑골공원에 자주 들락거렸지만, 적지 않은 비용을 요구하거나 적임자를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어렵게 만나 번역에 도움을 준 김영보 선생님(서울대 졸, 중등학교 교감, 91세 인천 부평 거주)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편집에 도움을 준 사랑하는 아내(최양선)에게 감사를 표한다.”(후기)

이와 같은 각고의 노력으로, 가문의 자긍심이 역사가 됐다.

부전자전.
이 귀한 작업을 완수한 김재승 목사님과 최양선 사모님의 노고를 진심으로 치하한다.

김재승 목사님의 바람대로, “비록, 유형의 재산은 별로 남기지 않았지만, 인생에 많은 경험과 지혜가 담겨 있는 일기와 우리의 영원한 생명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기독교의 신앙 유산을 남겨 주셨기에, 후세들에게 귀감이 되고, 자랑스런 믿음의 조상으로 기억 되어지는 축복의 통로가 되리라 생각”하며, 축하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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