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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0: 시/ 버텨냄을 당한 자

2021.11.13 23:08

관리자 조회 수:6

핸드폰이 울렸다.

낯익은 이름 석자 원로 아무개 목사님이셨다. 

 

축하합니다.

……….. 축하요? 축하는 무슨? 

잘 버텼다고, 잘 버텼잖아, 안 그래?! 

 

한동안 동병상련의 위로가 오갔다.

위로만이 아니었다. 여전한 생존 투쟁 의지였다. 

버텨낸 자의 버텨내기 권면이었다.

 

막판 굳히기로 조여 오는 무심한 세월을 버텨내고 있는 노익장의 나직한 권면은, 마지막 추위를 견뎌내기 위해 차례차례 모든 것을 하나 씩 내려놓고 있는 겨울나무의 지혜였다.  

.

 

지혜의 권면에 귀 기울이면서 동시에 내 속사람의 방백이 터져나왔다. 

 

버틴 적이 없습니다. 저는 버텨 본 적이 없습니다. 시간에 맞서거나, 계절의 순환에 저항해 본 적이 없습니다. 내겐 시간이 절로 흘렀고, 계절 또한 알아서 바꼈을 뿐입니다. 나는 일생 버텨냄을 당했을 뿐, 버틴 게 아닙니다. 나는 어떻게 살아남았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나는 죽은 자로 살아남았습니다. 요나처럼. 허나, 사명을 버티지 못해 땅끝 행 막배 맨 밑창으로 기어든 요나를 절대자는 거세해 버리지 않으셨습니다. 거센 풍랑 속 큰 물고기 뱃속에서 기도하게 하심으로 버텨내게 해 주셨습니다. 

 

“여호와께서 그 물고기에게 말씀하시매 요나를 육지에 토하니라(요나2:10).”

 

여호와 하나님께서는 요나에게 어쩔 수 없이 기도를 토해내게 하심으로, 물고기로 요나를 토해내게 하셨습니다. 

 

“여호와께 기도하여 이르되 여호와여 내가 고국에 있을 때에 이러하겠다고 말씀하지 아니하였나이까 그러므로 내가 빨리 다시스로 도망하였사오니 주께서는 은혜로우시며 자비로우시며 노하기를 더디하시며 인애가 크시사 뜻을 돌이켜 재앙을 내리지 아니하시는 하나님이신 줄을 내가 알았음이니이다(요나4:2).”

 

자신이 대언한 저주처럼 니느웨 성을 여호와 하나님께서 멸망시키지 않으시자, 이상과 같이 내뱉은 요나의 비아냥 처럼, 과연 나의 하나님께서도 “은혜로우시며 자비로우시며 노하기를 더디하시며 인애가 크시사 뜻을 돌이켜 재앙을 내리지 아니하시는 하나님이신 줄을” 나도 알았사옵나이다.  

 

나는 추위를 견디기 위해 적시에 모든 것을 하나 씩 내려놓는 겨울나무나 체온을 조절할 능력이 없어 긴 겨울 동면에 들어 간 변온동물만도 못했습니다. 미리 버티기 준비를 할 여유도 없이 당한 눈 사태에 파묻혀 버린 상태로 억지 동면을 해야만 했기 때문입니다. 니느웨 성을 멸망시키지 아니하신 하나님의 크신 인애로 나는 겨울 버텨냄을 당했을 뿐입니다. 자원한 버팀이 아니었기에, 버텨냄을 당했기에 버텨낼 수 있었습니다. 은혜로우시며, 자비로우시며, 노하기를 더디하시는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로 말입니다.  

 

“네, 버텨냄을 당한 자답게, 버텨냄을 당할 은혜로 살아남게 해 주셨습니다.” 

 

나의 방백은 여기서 끝을 맺었다.  

.

 

믿음이란? 

히브리어 에무나(אמונה)이다.

 

믿음을 의미하는 히브리어 단어는 ‘에무나’이다. 에무나는 ‘확고함, 신뢰, 안전, 신실함.’등의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에무나는 ‘아만’이라는 기본 어근에서 나왔는데 그 뜻은 ‘지속하다. 지탱하다. 확고해지다. 영구적인. 신뢰하다.’등의 뜻을 지닌다. 그리고 아만에서 아멘(참되다)이 나왔고 ‘진리’를 의미하는 ‘에메트’란 단어도 나왔다.

 

출17:12절

모세의 손이 해가 지도록 내려오지 않았다.

 

아말렉과의 전쟁 중 모세의 아론과 훌이 받쳐든 두 팔이 해가 질 때까지 에무나 한지라

 

이스라엘 히브리대학 박사 장세호 목사는 

에무나를 버틴다로 번역했다.

 

주님 제가 버텨내겠습니다.

 

아니, 버텨내게 성령께서 내 양팔을 받쳐 주시옵소서!!

 

.

 

나는 정신을 가다듬고, 선배 원로님께 감사의 인사를 했다.

먼저, 안부를 묻지 못해 죄송합니다. 앞으로 종종 인사 드리겠습니다. 

 

서러웠다.  

경로당 전입 신고를 하고 있다 여겨졌기 때문이다.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할 수 있기를,

아니, 모든 낡아가는 존재들을 존재로 귀히 여겨질 수 있기를,

시방, 나는 큰 물고기 뱃속에서 기도를 당하고 있다.

 

2021.11.13(토) 오전 10:33분이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