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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25: 향수

2019.07.31 22:07

관리자 조회 수:11

파리를 다녀 온 딸 아이가 내게 건넨 선물이다.

BURBERRY TOUCH FOR MEN 

버버리터치포맨

아니, 내가 선물 사오려면, 향수를 사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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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하철을 탈 때도, 전철 차량 한 칸의 최전방이나 최후방에 탄다. 전철 한 칸을 통•반 구분하듯 셈하여 1통, 2통, 3통으로 부르고, 각 한 동의 차량마다 앞에서부터 4등분하여, 우리는 1통 1,2,3,4반으로 구분하여 부른다. 나는 항상 1통 1,4반이나 2통 1,4반, 3통 1,4반-매통의 1,4반에 탄다. 

 

왜냐하면 그 구역들이 경로석이거나 장애인석이기 때문이다. 전철 안에서도 거의 서서 가야하는 내 몸 상태이기에, 경로석을 이용하려는 게 아니다. 단지, 나이가 들어가면서 나는 나이 든 냄새로 젊은이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내 면피성 예의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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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핸가부터 향수와는 전혀 거래가 없던 내가 화장품 향수 코너를 기웃거리고 있었다. 

 

향수란 천박한 자기 인품에 회칠하려드는 어릿광대들의 전용물이라고, 백안시해왔던 내가, 나도 모르게 눈길을 주고 있음을 알았다. 

 

나도 모르게 내가 썩어가고 있다는 말의 다름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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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가 나나이다

 

죽어 나흘된 오라버니 나사로의 무덤 앞에서 그 죽은 자의 누이 마르다가 예수 앞에서 내뱉었던 말이다.(요11:39) 제 생명 같았던 오빠조차도 냄새나는 주검 뿐이었음을 마르다는 뒤늦게 눈치 챘다. 무덤에 누운 예수를 찾아갔던 여인들의 손에도 그 은인의 시체에 바를 향유가 쥐어져 있지 않았던가(막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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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냄새나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결국 냄새로 사라지는 육신

 

그래도 고귀하고, 향기롭고, 진득한 내음도 있다.

 

엄마 냄새

고향 내음

 

난 도시 가닿을 수 없는 그 향내음.

 

포 맨 향수로라도,

나는 나를...,

 

2019.07.31(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