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15: 잘 가라 병세
2019.02.22 13:38
엊그제 마흔을 갓 넘긴 젊은 문우가 별세했다는 문자를 받았다.
삶과 죽음이 따로 있지 않은 일상에서 그 사인을 두고 혹시나 하는 염려가 앞섰다.
기우였다.
허나, 그는 분명 타살임에 틀림없다는 죄의식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그를 가까이 두고서도 제대로 돌봐주지 못한 내 직무 유기가 그 젊음을 앗아간 원인 중의 하나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게다가 발등의 불을 끄느라, 그에게 마지막 인사도 하지 못했다.
사람 노릇하고 산다는 것이 참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는 <지겨움>을 창작 모티브 삼고 있다고 말했었다. <지겨움>을 일생의 화두 삼을 수밖에 없었던 그의 현실이 늘 나를 안타깝게 했다.
그는 <지겨움>에서 벗어나고자 서둘러 갔을까?
아니다.
죽음으로 형상화한 <지겨움>.
그래, 그는 죽음으로 그 주제를 완수했다.
참 예인이요, 시인이었다,
그는.
그 애석한 죽음 앞에서 언어 유희나 늘어놓고 있다. 나는.
잘 가라 병세.
<지겨움> 한 점 티끌마저
이 땅에 다 털어내 버리고, 훌훌~
참된 안식을 빌며
2019.02.16(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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