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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46 : 이스라엘 12

2019.12.01 13:26

관리자 조회 수:5

사행천(蛇行川 ; meandering stream) 이스라엘 12

“평화를 위해 땅을!"(Land for peace!)”

재미 페친 이은주 박사님께서,
어제 제가 올린 <행行-이스라엘 5 ‘입국장에서’> 라는 포스팅에
다음과 같은 댓글을 올려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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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 이스라엘이라는 나라는 그 땅에서 수천 년 살아온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자취를 다 없애려고 온갖 방법으로 차별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데 그 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팔레스티니안 난민의 수가 800만입니다. 이스라엘이 나그네로 만든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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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박사님
제 글에 답글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발등의 불을 끄기도 급하고, 힘든 사람이라서, 이 박사님의 해답 없는(?) 질문에 답할만한 사람은 못 됩니다. 그러나 제가 이 박사님의 질문을 접하던 장소가 바로 팔레스타인 자치 지구였습니다. 그래, 어젯밤 묵은 호텔이 팔레스타인 자치 지구 수도인 라말라에 위치한 한 호텔이었습니다.

당연히 아무 생각이 없을 수가 없었습니다.

문득, 지난 1992년도에 월간지 <<기독교사상>>에 게재된 제 글이 생각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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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3일에 있었던 이스라엘의 총선에서 극우 집권 리쿠드당이 패하고, 실용주의 노선의 노동당이 승리했습니다. 이 결과를 바라보는 세계의 눈은, 이제 극한 대치로만 일관하던 중동에도 상호 공존의 새 장(場)이 열리지 않겠는가라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나타내 보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츠하크 라빈 노동당 당수는 자신이 집권하면 점령지 반환문제를 비롯해 팔레스타인 자치권 할양과 점령지 내 정착촌 건설문제에 대해 현실적인 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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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이스라엘에 와서 들은 바에 의하면, 불행하게도 라빈 노동당 당수가 1995년 극우 세력들에 의해 암살을 당함으로, 그 공존의 로드맵이 무산되고 말았다는 겁니다. 오늘도 팔레스타인 자치 지구를 빠져나가는 체크 포인트로 진입했던 우리 일행을 태운 버스가 오전 9시도 넘었는데도, 출입 제한 시간이라고 문을 열어주지 않는 바람에 제3의 길로 돌아나와야 했습니다. 곳곳에 감옥소처럼 띠두른 철책선이 진정 갇힌 자가 누구인지 의문을 갖게했습니다.

제 글을 더 인용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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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위해 땅을!"(Land for peace!) - 이 구호는 오늘 분쟁이 쉴 겨를 없는 중동사태의 핵심을 잘 지적해 주고 있습니다. 불법으로 빼앗은 땅에 눌러 앉은 이들이 힘없어 빼앗긴 연약한 자들에게 그 자리를 내어 주기 전에는 결코 평화가 있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중략) 그러나 우리는 너무도 함께 사는 일에 서툰 것 같습니다. 현대세계의 모든 전문적인 지식과 가공할 무기들이 다 동원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존을 위한 시도들이 실패하고 말았다는 것은, 아무도 진정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자리를 내어 주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인간들의 가식적 선언이나 동맹들의 한계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가 정녕 상호 공존하길 원한다면 이 끝없는 욕심과 분열을 버리고, 성경으로 돌아 가야 합니다.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희년(禧年)정신으로 돌아 가야 합니다. 물질을 돌려 주고, 땅을 내어주고, 종된 자에게 자유함을 주고, 별리의 아픔 속에 거하는 자에게 만남의 기쁨(레25:)을 선사해야 합니다. 모두가 여호와의 샬롬(shalom)을 누릴 공존의 자리를 교회가 마련해 주어야만 합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께서 사역자들의 인격을 통해 오셔서 "평화를 선포하는 곳"에는 반드시 그의 교회가 존재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우리의 화평이신지라 둘로 하나를 만드사 중간에 막힌 담을 허시고"(엡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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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으로, 고토를 회복했다는 유대인들과 원주민 의식으로 유대인을 침략자라고 규정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 사이에 인 본질적 갈등 구조를 해소시킬 방안이란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생존을 위한 공존을 현실 대안으로 양측에서 받아들여서 갈등 완화 로드맵을 일흔 번씩 일곱 번이라도 만들어내는 노력만은 그 어떤 경우에도 중지해서는 안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갈등 해소가 아닌 갈등 완화 모색 말입니다.

오늘 우리 버스 운전 기사가 팔레스타인 시민권을 지닌 이스라엘 영주권자라고 합니다. 그는 이중 국적자로 팔레스타인 땅 그 어디에나 출입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오늘도 우리 일행은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 수도 라말라 한 호텔에서 묵고 있습니다. 감정이 참 미묘하고, 호텔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투어 가이드의 엄명이 스릴 있어 짜릿합니다. 올 오어 낫싱이 아닌, 저들 양측의 최소한의 생존과 안녕을 위한 이런 거래가 존재하고 있다는데에서, 저는 화해 공존의 실마리를 봅니다. 그리고 저도 이런 긍정적인 거래에 무의도적으로 개입했는데도 왠지 가슴이 뿌듯합니다.

서울의 젖줄 두물머리의 멋진 풍광이 갑자기 그리워집니다.

남한강과 북한강 두물이 만나 거부 반응 없이 섞여 자연스럽게 한 줄기로 흐르는 그 화해의 지점에서, 실학의 대가 다산 정약용 선생께서 태어나셨다는 사실이 그저 우연이지는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두물머리 같은 라말라 호텔, 포위 당한 영창을 통해 팔레스타인 시민들을 내려다 보면서, 저들도 장래 이 땅의 정약용이지 않을까 생각했다면, 저들은 이내 낭만적인 몽상을 까부수려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설이 길어졌습니다.
아는 게 없어서, 토론을 위한 답글은 사양합니다.

부디, 이 박사님의 복음적 의분이 하늘에 상달 되길 지지하며,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2019.11.05(화) 오후 9:41

김성찬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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