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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34: 내 비참에 대해

2020.12.31 18:00

관리자 조회 수: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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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ㅇㅇ
내 비참에 대하여 - 참 빛에 투시 된
학형 한 목사의 이야기다. 상이 군인 되어 전역한 그가 예수께 부름을 받았다. 부름을 받았으나 기도가 뭔 줄 몰랐던 그는 한얼 산에 올랐다. 불덩이 된 집회가 끝나고 열을 식히러 골짜기로 파고 든 그는, 그 기도 골짜기에서 남들은 도대체 어떻게, 무슨 기도를 하는지 궁금했다. 하여 남의 기도 내용을 엿들을 만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 대상인 기도자는 남자였다. 그는 귀를 바짝 그 남자 쪽으로 기울이며 그 사내의 기도 내용을 경청했다. 근데 그 사내의 기도 내용은 단 한줄이었고, 그 단출한 기도문을 그이는 주문 읊듯 큰 소리로 무한 반복해 댔다.
그 사내의 기도를 엿듣던 그는 첨에는 실소를 금치 못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는 그 사내가 자신의 가슴을 치면서 내뱉던 그 기도 내용에, 자신도 무릎을 치고 말았다.
그 사내가 오토 머신처럼 무한 반복하며 절규하듯 토로하던 기도 내용은, 이랬다.
"아버지, 나는 X도 아무 것도 아닙니다."
"아버지, 나는 X도 아무 것도 아닙니다."
"아버지, 나는 X도 아무 것도 아닙니다."
기도를 배우려고 남의 기도를 엿들었던, 그 첫 학습은 그에게 기도의 본질, 아니 인간 실존의 본질을 확실하게 깨닫게 해 줬다.
그는 그 기도 내용에 전적으로 동의했고, 일생 자신의 기도의 지침으로 삼게 됐다.
"나는 X도 아무 것도 아닙니다."
<주님>
자신의 영적 실상을 여과 없이 투사해 대던 그 기도에 하염 없이 흘러 내리던 눈물.
결국, X도 아무 것도 아닌 상이 군인일 뿐이었던, 그는 목사가 됐고, 어느 날 친구 목사에게서 부흥 집회 강사로 초청까지 받는다. 부흥 집회 주제를 불러 달라는 친구 목사에게 그가 불러 준 주제는, 한얼 산에서 도청했던 기도문이었다.
"아버지, 나는 X도 아무 것도 아닙니다."
그랬더니, 그 순진한 친구 목사가 받아 쓰기하듯 주보에, 부흥 집회 전단지에 강사 목사가 불러 준 대로 입력했다. 그 부흥 집회는 강사 이름이 아니라 집회 주제 땜에 인산인해를 이뤘다.
거룩하시고, 완전하신 아버지 하나님 앞에서 X도 아무 것도 아닌 존재임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는, 인간 존재의 본질상 비참함을 실토하지 않을 수 없는 신앙 고백을 앞세우며, X도 아무 것도 아닌 자들이 다투어 구원 달음질을 교회로 쳐댔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동시에 우리의 비참함을 안다. 왜냐하면 이 신은 우리의 비참함을 고쳐 주실 분 외에 다른 무엇도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신을 잘 알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죄악을 앎으로써뿐이다. 그리하여 스스로의 비참함을 알지 못하고 신을 아는 사람들은 신이 아니라 자기를 찬양해왔을 뿐이다" -<<팡세>>의 단편 547편(브롱슈빅 판)
2015.12.25(성탄절) 새벽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