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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71: 시/응급실

2021.08.12 09:21

관리자 조회 수:6

4071

응급실

 

제 몸처럼 간수하던 손길로 반짝이던 차창에 먼지가 부옇다

부연 차창에 핸들을 놓고 있는 몸체가 어른거린다 

 

시동도 걸어놓지 않은 차가 덜컹덜컹거린다 

부릉부릉 부릉 엔진이 부정맥처럼 헐떡거린다

윈도우블러쉬가 3단으로 눈길을 휘젓고 있다

후진등이 발광하고, 급 브레이크를 밟는 적색 경보가 뜬다

비상 깜빡이도 깜빡 졸음에 겨워한다

 

받아 누린 것 없이 즐겨 전력투구한 낙헌제*의 제물이 

세월의 제물 되어 폐차장으로 핸들을 꺾었다 

 

일생 신구약 밖에 다른 약을 먹어 본 일이 거의 없어

복약 규정에 눈 어두워서

일일 3회 분량을 한번에 털어 넣고는 진종일 시신되어 

실려 온 난생 처음 누리는 이기적 안식처에서 

 

즐겨 차량 세척하던 때가 봄날이었던가

꽃진 이 시기가 정녕 봄날인겐가

 

비바람 거셌던 의미 없다 여겨지는 세월의 강을 건너며

비몽사몽 간에 인생을 간보고 있다

 

즐겨 닦던 차량 세척도

 

세상도 없고 나도 없는  

웃음 자위가 물에 어린다

홀로 가라 앉고 있다

수심愁心 깊어 깊어진 늪으로 

 

* 낙헌제 (Freewill offering)란 자발적이고 즐거운 마음으로 하나님께 예물을 드리는 제사이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드린다는 점에서는 감사제와 비슷하지만 축복을 받는 것에 상관없이 드린점이 다르다. 소제와 함께 드릴수 있다.

 

0.25 밀리그람에 맥을 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