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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74: 시/불안

2021.08.12 09:25

관리자 조회 수:7

4074

살아있음에 존재하는  

존재로서의 불안이라지만 

 

꼭두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차고넘치게 살아움직이며 가꾸어왔던

나만의 역할과 공간을 앗아가는 무심한 세월에 밀려나고

빚까지 제 몸에 혹처럼 지고나오는 지아비의 정갈한 무능을 지켜보다가 덤벼든

불안이 존재 근거로 몸과 마음을 지배해 버린 후

불가침 영의 영역까지 스며들어

존재 자체가 불안덩어리 되어버린 예고된 불상사에 

고르지 못한 쉼호흡으로 내 안에서 서성이는

제3자 된 자아

 

불안하거나 복약 후 어지럽거나

둘 중 하나 이외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이진법으로만 세상을 셈하는 전산기처럼 취급 당하게 된

신혼신神魂身 삼위일체의 조화가 깨어져버린 옥합이지만

 

누수되어 나오는 나드 기름에서  

풍겨나는 향내이길

단지 당신의 시신에 바쳐지는  

화사한 예비적 슬픔이길

비난보다 찬사가 앞설 불안이길 

 

2021.08.10(화)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