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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52: 시/서둘러

2022.07.13 16:32

관리자 조회 수:25

4552 

 

서둘러
버리고 떠날 수 있는 모든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사랑하기에 말없이 떠난다는 사람도
튀어나가는 것들을 울고 불어도
붙잡을 수도 붙들어 맬 수도 없는 무기력한 구심력을 거스르는
매정한 원심력의 분기가 행복이라면
중력의 힘을 뿌리치며 날아가는 수소 풍선이
치솟다 어딘가에서 터져 주검으로 땅에 내려앉을
머잖은 미래가 후회 없을 행복이라면
붙잡을 때 안기는 것
일시적으로 펄쩍펄쩍 뛰다가도
다시 땅에 발은 붙이는 것이 진정 불행이라고 한다면
돌아온 탕자가
눈흘기는 맏형의 눈매가 고까워 다시 가출하는 것이
해피엔딩 수정본이라고 한다면
다시 아비의 통곡이 자장가처럼 들리는 행복이라면
젖먹이 송아지를 떼놓고 벧세메스로
좌우로 치우치지 아니하고 울며
직진하던 한 겨리 어미소의 사명을 위한 인내가
불행이라고 여긴다면
거침없이 떠나라 지구를
서둘러
2022.07.13(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