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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55: 리수스 콰르텟

2022.07.25 19:49

관리자 조회 수:10

4555 

이번 주엔, 클래식 세례를 흠뻑 받았다. 폭포수에 온몸을 흠씬 적신듯하다. 리수스 콰르텟 리사이틀(2022.07.14(목) 롯데콘서트홀)에서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연주까지. 어젯밤에도 자다 깨다 밤새워 클래식 홀릭에 빠졌었다.
그 어떤 해설도 소음처럼 들렸다. 연주 자체만으로 청아하다.
글고 정답이 없는 해설이 아닌가? 해답은 개개인의 몫이기에 음악에 문외한인 내가 여기서 그네들의 연주에 대해 굳이 뭐라 구시렁댈 이유도, 밑천도 없다. 단지, 연주회는 청중과 연주자가 일대일로 만나는 자리라는 점에서, 그네들의 연주를 들으며 내 몸이 반응한 것만을 여기 한 줄 기술해 본다.
리수스 콰르텟*이 연주한 첫 번째 곡 W. A Mozart(1756~1791) <String Quartet No. 15 in D minor, K. 421>에 대해 음악학자 알프레도 아인슈타인이 “모차르트는 이 곡을 통해 완전한 자신을 발견했다”라고 보낸 찬사가 몸으로 동의가 됐다. 리수스 콰르텟이 그 4악장 연주를 마감하던 순간, 내 심령에 스며들던 찰나적 평안함이 바로 그거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문학 치료라는 말처럼 음악치료라는 분야가 있다면 치료제로서의 음악을 나는 그 순간 맛봤다. 몸이 반응했다.
또한 머리로만 동의를 구하던 이 사변가에게 철학이 있는 108세 같은 18세 천재 피아노의 장인은 내 몸을 벌떡 일으켜 세웠다. 최연소는 최연로에게도 장인에의 꿈을 꾸게 했다. “아픔으로 태어난 음악으로 아픔을 위로받는다”는 작은 거인 임윤찬의 연주를 통해, 미분화된 유아기적 감성에 갇혀 있는 아픔에서 벗어나길 원하는 꿈을 꾼다. 가능성과는 별개지만 꿈을 꾸게 했다니. 허허. 그래, 청중에게 몸의 안식과 재도약에 대한 죽은 의지까지 부활시켜 주었다는 측면에서, 해설이 필요 없는 치유를 그네들은 나에게 선사했다.
리며들고, 임며들었다. 클며들었다.
매일 좋아하는 작곡가와 곡이 달라진다,는 임윤찬. 단 한 권의 책밖에 읽지 않은 나. 단 한 장의 클래식 LP판 만을 소장하고 있는 나. 두께가 달랐다, 당연히 깊이가 다를 수밖에. 그대가 스승이다. ㅠㅠ
리수스 콰르텟이 두 번째 연주한, 리게티(G.Ligeti;1923~2006)의 String Quartet No.1, “Metamorphoses Nocturnes” 현악 사중주 제1번 “변용된 야상곡”은 아주 작은 단위의 동기를 가지고, 17개의 섹션에 걸쳐 다양한 형태로 변형, 변주한 곡이다. 잘 모르지만, 내 느낌에는 <十三人의兒孩가道路로疾走하오.(길은막달은골목이適當하오.) 第一의兒孩가무섭다고그리오. 第二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三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제1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라고 변형되는 시인 이상의 오감도(烏瞰圖)가 연상됐다. 단순한 스캔들이 아니라, ‘현대성’의 본령을 지시하는 언어,라는 품평을 받는, 이상의 전위 시 오감도가 말이다. 단순하게 내 느낌이 그랬다는 거다.
현대 음악가 리게티의 작품, 현악 사중주라는 편성을 통해 주요 동기가 드라마틱 하게 변화하는 다양한 주법을 감상했다. 항공모함 같은 첼로가 두 대의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견인하며, 변화무쌍한 연출을 신기에 가깝게 선보였다. 현대성의 카멜레온 같은 묘미를 맛봤다. 고소했다. 참고로, 첼리스트 이보배 연주자가 우리 조카다. ㅎㅎ 허나, 실제로 리게티의 <변용된 야상곡>은 첼로의 역할이 한결 돋보이게 하는 작품이었다. 연주의 성패가 첼리스트에게 달려 있을 정도로, 근데 혼신의 힘을 다해 잘 소화해냈다.
다들 훌륭했다. 소리의 3요소 음고(Frequency Pitch) 주파수의 높낮이, 음량(Amplitude Dynamic), 음색(Wave form Timbre)이 리듬(Rhythm), 선율 or 가락(Melody), 화성(Harmony)이라는 음악의 3요소를 만나 소리 예술로 승화한 완벽한 RISUS String Quartet의 연주였다. 다음 주부터는 이태리로, 캐나다로, 독일에 거쳐 다시 미국으로 들어가는 분주한 일정을 소화하며 국위를 선양한단다. 깊은 기도와 뜨거운 응원으로 함께하자.
* 'RISUS/리수스'는 라틴어로 '웃음'을 뜻하며, 관객에게 웃음과 즐거움을 주고 싶다는 소원을 담은 것이라고 한다. RISUS String Quartet 멤버 네 명의 여성 연주자들은 서울대학교 음대 출신이며, 현재 텍사스 주립대학교 오스틴에서 박사 과정 수료하고, 그 대학교를 대표하는 콰르텟으로 활동하며 최고 연주자 과정을 하고 있다. 그들은 2021년 화려한 비상을 했다. 미국에서 열린 피쉬오프 챔버 콩쿠르에 참석한 총 250 팀 중에서 한국인 최초로 시니어 스트링 부문 우승과 함께 전 부분 대상을 차지했다. 그들은 우승 부상으로 주어진 미국 순회 연주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최근 4월에는 위그모어 홀 국제 현악 4중주 콩쿠르에서 특별상을 수상했고,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열린 제37회 옐로 스프링스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해 창단 후 주목받는 성과를 올렸다. 떠오르고 있는 세계적 신성이다.
2022.07.16(토)
찬란한 재능과 열정을 대하다/리수스 콰르텟 리사이틀
출처 : 최길호 dee.. |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