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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25 : 전주에서

2019.03.03 08:53

관리자 조회 수:55

전주에서 2

숙소 왕의지밀至密, 태조 대왕 침방에서 왕처럼 하룻밤을 보냈다. 우리 일행 중 한 분이 “동서양의 문화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6성급 호텔”이라고 했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지밀 [至密] 예전에, 궁궐의 대전이나 내전 등 임금이 항상 거처하는 곳을 이르던 말)

조식 후, 태조 대왕의 영정을 모신 경기전慶基殿으로 향했다.

온다라역사문화연구원 서승 원장(완산교회 원로 장로)의 해설을 들으며, 경기전과 한 구역 안에 있는 어진 박물관과 동학 혁명 기념 전시관을 관람했다.

서 원장은 신단수(생명나무)의 그루터기가 전주라고 했다. 이씨 조선의 본관인 전주의 긍지가 대단했다.

전주는 사대주의가 작명한 풍패지향(풍패:한나라를 세운 유방의 고향)이 아니라, 전주는 이씨 조선을 세운 기틀(청사진)인 <금척>을 태조가 마이산에서 하늘로부터 직접 받은, 금척지향이라고 서 원장은 명명했다.

동학은 또 어떤가?

서 원장은 “동학은 본디 서학이다. 권세 잡은 노론 세력이 서학을 모질게 핍박하니까, 최제우 선생이 동학이라고 둘러댄 거다. 그러나 동학은 서학처럼 그 근본은 하나님 사상이다”라고 역설했다.

동학 사상은 척외와 보국안민이다.

1894년, 녹두장군 전봉준이 앞장 선 동학 농민 혁명은 동학의 신앙과 사상의 실천을 기본으로, 만민 평등의 실현과 자주 • 민주의 신국가 건설을 목표로 하였다.

금척지향인 전주성의 기개와 자긍심이 곳곳에 넘쳐났다. 그냥 양반의 도시가 아니다.

경기전 뜨락을 거닐다가 화사하게 피어오른 홍매화를 접했다.

‘피로 찍어 쓰는 듯한 문장’으로 17년 간 써내려 갔던 최명희 작가의 <<혼불>>이 꽃 되어 타오르는듯 했다. 원치 않은 중병에 걸려 51세로 생을 마감하면서도, “혼불 하나면 됩니다…아름다운 세상입니다…참으로 잘 살고 갑니다.”라고 고백했다는, 그녀의 예술 혼이 홍매화로 피어난듯 했다.

왕의지밀 잠자리하며, 끼니 때마다 전주가 삼한의 도시임을 실감했다. 그랬다. 전주는 한옥, 한지, 한식으로 3한의 고장임을 증명해 냈다.

전주는 위대한 역사적 유산을 지닌, 민족 정기와 자긍심 높은 도시였다.

특히, 도심 가까이 편백나무 숲이 조성 된 완만하고, 보드라운 둘레길은 이 도시만이 가진 보배로운 자연 유산이다. 부럽다.

1박2일 물심양면으로 성심성의껏 우리를 섬겨주신 전주덕일장로교회 이목사님과 당회와 성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함께한 동지 여러분에게 하늘의 가호가 넘치길 기원한다.

무엇보다도
금년 횃불 목회자 세미나가 풍성하고, 알찬 결실을 누리길 간절히 기도한다.

2019.02.26(화) 오후5: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