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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81: 시 입으로만 외

2023.03.23 10:31

관리자 조회 수:32

4881 

 

입으로만
2015.02.19
콧구멍을
죄다 콱 틀어 막아버렸는데도
살아 숨쉬고 있다
구강과 기도가 연통 되는
토기장이의 예술이
인체 과학에서도
빛난다
입으로 살아 온 이사람에게
입으로만 살라신다
입으로 밥을
입으로 말을
입으로 숨을
말 한마디를 내뱉기 위해 먼저 크게 한 번 숨을 들이켜야 하고, 한 숨 내 쉰 후 한 입 베어 물어야만 한다
셋을 한꺼번에 작동할 수가 없다
하지만
셋을 한 입으로 다 해치워야 한다
말과 밥과 숨을
입으로만 연출해 내야 하는
3인 4각의 콘티를 짜내려니
손발이 자꾸 엇갈린다
입으로만 세상을 평정하라 하심이
전장의 나팔수 같은
때깔나고, 폼나며, 한갓지고,
무책임한
신의 직업인 줄 알았더니
정작 입으로만 산다는 것이
입으로만 먹고, 말하고, 숨쉰다는
삼위일체의 입을 선사받았다는 것이
거기서 먹고, 거기서 싸고, 거기서 자는
전 우주적인 무질서한 삶을 누리는
엄중독거방에
피투 된 형벌임을
콧구멍 막힌 세상에서
득했나니
옥창 넘어
여로보암 시대에는
누구나 제사장이 될 수 있었듯이
신판 보통 사람의 시대에는 더더욱
장삼이사 만인제사장론에 기반하여
입으로만 먹고, 싸는 목사라는 직업이
맹렬히 성업 중인 이 땅 코리아가
코 막혀,
기가 막혀,
숨넘어 가는 강토 된,
한 이유를 발견 했나니
입으로 사는 이들로
입으로만 모든 사명을 해치우는 이들의
말, 말, 말들을 두기에도
세상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아챘나니
그 코의 생기를
박탈당한
이 허망한 휴전선의 나팔수가
ㅇㅇㅇ
비참 / <팡세>에서 모티프를 뜸
2015.02.20
제왕이었던 이가 폐위 되었을 때, 비참해 한다. 목석은 비참해 하지 않는다.
왕 같은 제사장이자, 하나님의 소유된 주의 백성이 사탄의 손아귀에서 놀아 난 것은, 정녕 비참한 일이다.
그러나 짐승이 짐승으로 전락했다는 사실에는 그 누구도 비참해 하지 않는다.
자신의 비참을 아는 것은 비참하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인간의 위대는 자신이 비참하다는 것을 아는 점에서 위대하다. 인간 실존의 비참함을 아는 것이, 거듭남의 단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비참해 함으로써, 어린 양의 신부로서의 우리네 신혼신(神魂身)을 한껏 하늘까지 고양시킬 수가 있다.
비참해 하라. 나여, 너여.
ㅇㅇㅇ
참 잘한 일
2015.02.22
열 하루만에 퇴원했다.
안면 정중앙에 훈장처럼 투구를 쓰고,
임전무퇴의 전의를 불태우는 십자군처럼
보무도 당당하게 환속했다.
잘한 일이다.
허나, 오늘 주일 강단에 서지 못했다.
이미지가 메시지인 시대에
폭탄 맞은 얼굴로 고객들 앞에
선뜻 나설 용기가 도시 없었기에
잘한 일이다.
그러나 진짜 잘한 일이 있다.
티비 종편 동치미를 틀어 놨는데, '나는 나를 위로 한다'는 강연이 말미에 끼어 들었다.
이근후 박사가 이렇게 한 조언한다.
"생각나는 사람이 있으면 찾아가라."
그랬다.
그 외롭고, 힘든 병상에서
거기다 더해서, 그 일방적 극악무도한 사태에 대한 '진실된 사실'을 왜곡하려 드는 적반하장식 악플이 난무하는 가운데,
나도, 내가
자진해서 페친들을 찾아 나서,
내 투정을 늘어 놓았던 내 무모한 용기를 공개한 사실은,
참 잘한 일이었다.
무엇보다도, 내 치졸(?)한 고자질을 꾸중하지 않고, 자신의 일처럼 흥분해 주신 페친들의 리액션을 선사 받은 일이, 퍽도 나를 위로했다. 그 가운데 "하나님께 일러 줄 거야"라는 SNS를 아내에게 날려 준 어느 사모님의 순진무구한 하늘 고자질이 젤로 내겐 화통했다.
잘한 일이었다.
참 잘한 일^^
근데 궁금하다.
처참하게 부러진 나를 향해,
'좋아요'를 누른 페친들은 어떤 속내(?)로,
눌렀을까? ㅋㅋ
내 비록 대쪽이라서 적어도, 부러졌지만,
그래도
꼭 '좋아요'라고 충동질(ㅋ)을 해야만 했을까?! ㅎㅎ
아니다. 페북은 선택의 선택의 여지가 없다. '좋아요'밖에 없는 페북은,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좋아요)'을 이룬다"는 "항상 기뻐하라(좋아요)"하신 복음에 굳게 뿌리를 내린 SNS다.
모든 것이 '좋은,' 항상 "좋은"
참 잘한, 참 좋은~
외롭고, 힘든
페친 여러분께 감사를 드리며,
날 보러 오세요.
익살스런 면상도 보여 드리고,
밥도 사드릴 게요.
중언부언 ㅎㅎ
꾸벅꾸벅^^
ㅇㅇㅇ
"왜인지 모르겠는데"
2015.02.24
"그는 "수박맛바까지 다 먹고는 한참을 앉아서 울다가 지쳐 넋을 놓고 있었다"며 "왜인지 모르겠는데 그날 저녁 근무를 끝내고 단잠을 잤다"고 했다."
찌그러진 안경을 쓸 수 없어서, 쓰고 싶지 않아서 안경을 맞추러, 명동에 원족 갔다가 돌아 오던 전철 안에서, 당일 밤 자살을 꿈꾸던 병사가 뜻밖에 개그맨 유재석에게서 그 낮 시간에 음료수와 아이스크림을 선물 받아, 목을 축인 후, 그 밤 자살은커녕 이유를 알 수 없은 단잠을 잤다는 야그를 읽는다.
그 첫날 밤. 전혀, 감히 예상할 수 없었던, 거룩한 성전에서, 그 누구로부터 도둑이 제 발저린 기습 테러를 당해 얼굴과 체면이 망가진 그날, 마땅히 분노와 증오심으로 불타올라야만 했던 그밤. 나는 정말 단잠을 잤다.
밤새도록 내가 의식조차 할 수 없었던, 내 영혼의 깊은 곳에서, 밀물처럼 온 밤 끝없이 밀려들던, "세상이 줄 수 없는 평안(요14:27)." 참 기이하고, 신비했다. 나는 자다가 문득문득 잠에서 깨어 난 순간순간마다, 차고 넘치는 그 평안의 파도가 어디서, 누구에게서, 왜 쉼없이 내 망가진 심령에 끝없이 밀려들어 오는지, 하늘 아버지께 묻곤 했다.
나 종잇장처럼 꾸겨진 그 첫날 밤, 내 안에서 하늘 당신이 나 몰래 묻어 두었던 길르앗의 향료(렘8:22)가 샘 터지듯, 밤새 터져 솟구쳐 올랐다. 오~우, 와~우 밀물처럼 밤새 밀려드는 그 평안. 나는 세상이 줄 수 없는 그 평안의 세례를 그 폭탄 맞은 밤에 맛보았다.
감히, 나는 순교자들을 떠올렸다. 그랬구나, 그랬어, 성령께서 그분들에게 순교할 힘을 주셨기에, 그분들이 순교할 수 있었겠구나. 바울과 실라가 심한 매질을 당하고서도 그 깊은 감옥에서 찬송을 불렀다던데, 그들이 찬송을 부른 게 아니라, 찬송이 절로 터져 나왔겠구나, 라는 깨침을 나는 얻었다.
내가 연약할 수록 날 더 귀히 여기시는, 좋으신 나의 아버지 하나님께서 내 연약함을 아시고, 생명 싸개(삼상25:29)로 폭 싸서, 나를 보호해 주셨구나. 분노나 증오 그리고 복수심이 전혀 틈타지 못하게 나를 그 평안의 능력으로 코팅해 버리셨구나. 지금 이 순간까지도 그 여진이 계속 되는 주의 평안. 그리고 한 편에 자리잡은 측은지심. 이것이 다다.
그 첫날 밤 보혜사 성령께서 내 귀에 들려 주신 두 말씀.
하나, 담담하라.
두울, 당당하라.
주의 피 믿으오
"왜인지 모르겠는데"
???
"난, 아는 데, 알고 있는데,
아니, 알아졌는데,
그 단잠의 비의를"
지극히 사랑하는 자에게 주시는
하늘 평안을......
세상이 결코 줄 수없는.
너희가 노년에 이르기까지 내가 그리하겠고 백발이 되기까지 내가 너희를 품을 것이라 내가 지었은즉 내가 업을 것이요 내가 품고 구하여 내리라-사46:4-
>>>구리 장자 못에서, 어느 해 봄 갠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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