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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46: 43년생 김지영

2021.01.15 15:00

관리자 조회 수:63

43년생 김지영
82년생 김지영이
43년생 김지영으로 빙의하여
나에게 쏟아냈다.
세상에서 제일로 행복한 사람은,
자기가 태어 난 땅에서 자라나 학교를 다니고, 직장도 얻고,
거기서 결혼하여, 자식 낳고 살다가, 죽어
제 태가 묻힌 그 땅에 눕는 사람”
이라고 했다.
꽃다운 나이에,
아비 없는 동생들 뒷바라지 하느라
재독 간호사로 날아간,
남의 땅에서 지금도 나그네처럼 살아가고 계시는,
43년생 김지영이
내게 혼잣말처럼 숨막힌 속내를 털어놓았다.
사람답게 태어나, 사람답게 살다가, 사람답게 가는 행운에 대하여.
시집간 막내가 사위와 점심 때 다녀간 후,
당면한 내 현실에 빙의 되어 끌리듯 빨려 든,
영화 <<82년생 김지영>>
82년생 김지영은 그나마 행복한 아이다.
그녀는 43년생 김지영으로 빙의하여,
그녀 어미의 한을 풀어 주는 공덕이라도 쌓을 수 있었음에.
이땅의 일만이천 김지영을 커밍아웃한 은덕이 하해 같기에.
.
미안하다.
내 누이들이여.
이 땅의 누이들이여.
2021.01.01(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