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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91: 샤이르 박

2023.01.21 10:23

관리자 조회 수:49

4791

 

샤이르 박을 듣는다. 분쟁 지역에서 우리네 내일을 내다보는 그 혜안이 깊다. “인류를 구원할 마지막 종자 같은 재생의 힘, 영원의 힘.”을 스스로 나아간 <라 광야>에서 발견했다고 한다. 신의 진실을 전하는 광야의 빛, 시인 박노해. 그가 오늘 암담한 조국의 미래에 대한 답이 거기에 있다고 말한다. 슬프다. 다행이다. 주체적 대응력이 없어 미일중러의 다툼의 틈바구니에서 허덕이는 이 나라가 민주정에서 검찰 귀족정으로, 심지어 무당 정권으로, 허허, 희대의 기가 찬 세상이 되어 버렸다. 그 취중무천자(醉中無天子)의 뻔뻔함에 절망한 이들의 절규에 이 땅 저자거리의 시인들은 답을 찾지 못했다. 체념을 업으로 삼겠다고들 했다. 그런데 아랍의 시인 샤이르 박이 전하는 신탁에서 우리는 우리를 재생시킬 힘을 얻는다. 제국이 탐내는 검은 석유 없던 평화로웠던 옛날을 꿈꾸는 레바논의 아이들에게서.  

 

다 가져가라, 돌려다오 아침 고요 강산을~.  

 

나는 작금 “홀로 화염 속에 떨고 있는,” 레바논과 팔레스타인을 직시하면서도, 동시에 아우츠비츠에서 연기로 사라져간 600만 유대인을 떠올리고 있다. 그 누구 편일 수 없다. 단 한 가지 주문을 홀로 왼다. 말로 해라, 말로‼️ 어제 아우츠비츠에 서 있었던 것처럼, 오늘 나는 레바논에, 팔레스타인에 서 있다. 또한 내일의 분쟁 지역 대한민국에 서 있다. 떨며, 안도하며~

 

 

나, 거기 서 있다

ㅡ박노해

 

​몸의 중심은 심장이 아니다

몸이 아플 때  

아픈 곳이 중심이 된다​

 

​가족의 중심은 아빠가 아니다

아픈 사람이 가족의 중심이 된다

 

​총구 앞에 

인간의 존엄성이 짓밟히고

양심과 정의와 아이들이

학살되는 곳

이 순간 그곳이 세계의  중심이다

 

​아, 레바논이여!

팔레스타인이여!

홀로 화염 속에 떨고 있는 너

 

​국경과 종교와 인종을 넘어

피에 젖은 그대 곁에

지금 나 여기 서 있다

지금 나 거기 서 있다.

 

박노해 시<나, 거기 서 있다> 전문 

 

2023.01.15(주일) 벌써 반달이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