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4565: 시/시에 투고2편

2022.07.25 20:24

관리자 조회 수:25

4565 

 

종합 문예지 시에 투고용 신작시
내시경內視鏡
김성찬
이브의 뱀을 촉수 삼아
얼굴을 맞대곤 마우스피스를 물린 후
그늘로 피해 숨은 당신의 속내를 헤집는다
네가 무엇을 먹었느냐
왜, 그 무엇을 먹었느냐
두 갈래 혀로 갈라치는 저 뱀이
한 입으로 두말하는 저 남자 사람이
핑계 나불대던 입을 콱 틀어막아버리고서는
원초적 본능과 당신과
등가의 위치에 서길 바라는 오만으로
변장해 버린 배반의 위 장상피를 훑는다
입마개 씌운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당신의 속을 다시는 뒤집지 않으리라
당신의 속을 용납과 순명으로 달래리라
땀 밴 두 손을 꽈악 움켜 쥔다
불가항력 흘러내린 치욕을 닦아내며
구린 조직을 떼어내 내사內査 하는
당신 앞에 떨며 빈다
살아 그 생명나무 열매 취할 길 없사오나
허물과 수치를 나뭇잎으로 치장하고 나선 대로
그 누구도 알 길 없는
나로 인해 썩어 문드러진
당신의 속내처럼
죄다 세상은 큰 물고기 뱃속이다
—-
따순 햇살 때문에
김성찬
문밖으로 나왔는데 문안으로 들어섰다
미완성 교향곡이 흐르는 산책길 해우소에서
묵정밭 한 삽도 퍼낼 수 없는 근력에
못 미치는 영역이 봄나물처럼 지천에 깔렸는데
미급未及 천지인데
미지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으면서도
개론서도 다 떼지 못한 자의
고개 쳐든 장광설이
역겨웠을 은유의 고수들 그 얼굴
오버랩 되어 낯이 후끈 거린다
밟아 온 세월의 흔적들이
땀 흘린 자국 한 방울 없는
자만심만 앞세운 몽상들
겨울을 이겨낸 다년초 알찬 미소를 대하며
잡풀도 발 구르며 이겨낸 세월을
불로소득인 양 허비해 온 무력감에
몸이 녹아내리고 있다
따순 햇살 때문인가
우발적으로 자신을 죽인 뫼르소*처럼
*알베르트 카뮈의 소설 『이방인』의 등장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