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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67: 은퇴 목사의 처신에 대한

2022.07.25 20:28

관리자 조회 수:24

4567 

 

은퇴 목사의 처신은 어렵다. 원로 목사 추대를 극구 사양했지만, 해 교회와 선후배 목사와 사모들께서 원로 목사 안 하면 내가 하는 사역에 일체 협조 안 하고, 상대도 안 하겠다고 협박(?)을 해서, 퇴직금은 물론 매월 사례비를 안 받는 조건으로 원로 목사 추대를 나는 허락했었다.
그후 나는 교회를 안 나갔다. 담임 목사가 설교 요청도 했었지만, 나는 지금까지 교회를 나가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은퇴한 교회에 출입을 하지 않을 예정이다. 한국 교회의 원로 목사 제도에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내가 담임 목회자가 아니기에, 물러선 교회와 그 어떤 관계를 맺어서는 안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데 오늘 교회에 나오지 않고 있는 79세 된 남자 집사님이 많이 편찮으신데, 나의 심방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전언을 들었다. 담임 목사와는 일면식이 없는 분이다. 난감했다. 어쩔 수 없이 심방을 갔다. 목사라고는 나밖에 모른 분이 아닌가? 침대에 누운 상태로 나를 맞아주셨다. 두 다리가 퉁퉁 부었고, 두 팔은 피골이 상접한 상태였다. 부인 권사님께서 내가 심방 온다고 했더니 눈시울을 적시더라고 하셨다. 기도해 드리고, 찬송도 여러 곡 불러 드렸다. 가래 끓는 소리로 아멘, 아멘을 힘주어 외치셨다.
그분이 예수를 영접하게 된 연유는, 효심 가득했던 그분이 연로하신 어머니께서 쉬이 잠들지 못한 상태로 고통을 겪고 계시자, 불신자였던 그분이 나를 불렀다. 목사를 모셔서 어머니 앞에서 나도 예수를 믿을 테니까, 어머니 안심하고 눈 감으시라는 효심을 발하신 거다. 그 어려운 결단이 적중했다. 효자 아들이 목사 앞에서 어머님의 신앙을 이어받아 나도 교회를 나가겠다고 다짐을 하자, 그 순간 그분의 어머니 정순례 권사께서 눈을 감으셨다.
그분은 어머니 장례식 후, 교회에 나오셨고 세례 받고, 집사 직분까지 받으셨다. 그런데 아파트 경비원으로 취직한 이후 격주로 교회를 나오시다가 78세로 그 직업을 관두시기 몇 해 전부터 코로나19 사태도 있었지만, 체력이 부친다며 주일 예배를 거의 나오지 못하셨다. 그러나 일정한 십일조 헌금은 부인 권사님 편에 매월 보내주셨다.
나는 은퇴한 이후 그 어떤 신자들과도 접촉을 의도적으로 하지 않았다. 그런 내가 좀 섭섭하셨나 보다. 그러나 오늘은 임종 예배 운운하는 식의 요청이 있었기에, 심방을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담임 목사에게도 연락하기가 뭐 해서 그냥 다녀왔다. 어렵다. 의무를 가로챈 느낌이다.
눈물 콧물을 쏟으며 예배에 임한 김종열 집사님과 예비적 슬픔을 나눈 행사가 그분에게 하늘 소망을 보다 더 굳게 해주는, 하나님의 착한 일이라 믿는다. 예수 내 구주, 그 믿음 위에 굳게 선 역려과객의 단짠 눈물이 내 눈시울을 적셨다.
2022.07.24(주일) 오후 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