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83: 자잔하는 지구만이
2022.08.11 16:40
4583
왼쪽 머리통이 욱신거린다.
따라서 왼쪽 눈알이 시큰거린다.
더 심한 실금 간 갈비뼈가 먼저 아프다가, 서서히 머리통이 참았던 통증을 호소한다. 왼쪽 목과 등허리엔 파스가 덕지덕지 붙어 있고, 왼쪽 무르팍은 터진 지뢰밭 같다. 온산을 구른 온몸은 안팎으로 멍투성이다.
뒤로 벌러덩 나가떨어지고, 앞으로 팍 고꾸라지고,
이번 주, 연일 그랬다.
중력의 힘조차 거스르는 육신이 되어가고 있다.
스텝이 꼬이고, 발을 헛딛고, 바위를 머리로 들이받는 일까지 이젠 어렵지가 않다. 휴거를 준비하는 공중부양에 몸이 알아서 반응하고 있다.
몸조심을 하느라, 외출도 삼가고 있는데, 문득, 삼 년 고개를 천 번 굴렀다는 삼천갑자 동방삭이가 눈에 어른거린다. 그 계곡을 다시 찾아가서 구르고 또 구르면 영영 살아서 재림의 주를 만나게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움직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움직여야 산다.
자전하는 지구만이 공전할 수 있다.
뻣뻣해진 목부터 잡아 비튼다.
새벽은 올거다. ㅋ
저항 없는 저항력은 없다.
저항력으로 살아 있는, 내 몸은 아직 생생하다.
2022.08.05(금) 테러 당했던 왼쪽 머리통이 먹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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