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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서울 구경 제 2탄

2008.02.28 18:28

김성찬 조회 수:3446 추천:74

서울살이 20 여년 째 되던 어느 한 날. 그녀가 미국 남동생 만난다고 전철로 종각을 간다 하여 함께 나섰는데, 왠걸 종로 5가역을 지나면서 옆구리가 허전해 둘러 보았더니, 그녀가 사라져 버리고 없는 것 아닌가? 이칸, 저칸 허걱이며 찾아 다녔지만 그녀의 흔적은 당췌 찾아 볼 수가 없었지 않았던가? 그때.

핸드폰도 없던 시절, 아득한 신기루 쫓듯, 그녀를 찾아 헤매다 결국 찾지도 못하고 나 혼자 터덜거리며 종각에 이르렀더니, 아니 그녀가 거기 서 있는 것이 아닌가. 배시시 웃으며.

어찌된 일이냐고 물었더니, 종로란 멘트가 나와서 그냥 튀어 나갔다는 것이었던 것이다.
종로하면 다 종로인 줄 알았단다. 5가도 있고, 3가도 있고, 종각도 있는 것을 알 까닭없이 그 잘난 상계동에서만 20 여년 코옥 처박혀 살았기에.

그녀를 20 여년 서울살이 긴 세월 동안 종로통 한번 구경시켜주지 못한 나였지만, 그때도 난 그 촌극이 내 탓이라고 말하지 않고, 순전히 이 띨띨한 여편네가 미욱한 탓이라며 쥐어박고, 놀려만 댔었는데......

그리고, 5년 여가 흐른 2008년 2월 28일 목요일 -
그런 그녀가  오늘 새벽안개 마르기 전부터 무슨 서류 그 어딘가에 오늘까지 갖다내야 한다며,
감기 기운 탓하며, 미동도 않는, 탱자 탱자하는 이 한량같은 남편대신 혼자 집을 나섰는데,
글쎄 하루 해가 서산으로 꼴깍 넘어가는 이 시점까지 도시 나타나지 않아, 또 어디 삼천포로 빠졌나 은근한 염려가 밀려드는데, 삐리릭 문자 메시지가 날아 들었것다.  

"오늘 동사무소에서 부터 띨띨하게 왔다갔다 한 것들 홈피에 제목 멍청한 보경 글 좀 올려요"
                                                                                                  17시 41분 아지맘

하계 2동 동사무소, 7호선 어린이 대공원 역 세종대, 2호선 을지로 3가 서울극장 건너편 3층 옥탑 등등. 그녀가 오늘 뱅뱅 오가야 할 동네들이었는 데, 그녀는 그 동네들을 다람쥐 쳇바퀴 돌듯 빙빙 돌고 돌았나 보다. 오르락 내리락 환승에 환승을 거듭하며, 한번씩만 들려도 만만치 않은 일정인데, 길을 놓쳤는지, 노선을 잘못 골랐는지, 을지로 하니까 3가 역 아닌 또 을지로 입구 역에서나 내려버렸는지, 아님 무슨 서류를 하나쯤 잃어 버리고 다녔는지 암튼. 이제 들어 오면 제 머리 쥐어 박으며 미주알 고주알 숨가뿐 일정을 보고해 대겠지.

기대가 된다.

다소 미욱하나, 정말 성실한 그녀의 서울구경 제 2탄이

글구, ㅋ ㅋ
그녀가 꼭 가지고 갔어야 할 서류가 지금 내 책상 한켠에서 하루종일 나뒹굴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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